누구나 시험을 받고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지금까지 어떤 인간이었으며 앞으로 어떤 인간이 될 지가 결정된다. 그것은 앞으로 어찌할 지를 결정해야 할 때 오기도 하고, 무언가를 택하고 포기해야 할 때 오기도 하고, 실수를 했을 때 오기도 한다. 이럴 때마다 현명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누구나 잘못 택할 수 있다. 옳은 것, 완벽한 것, 그것은 어디에도 없다.
시험을 받기 전, 시련을 겪기 전, 선택을 하기 전에, 행동하기 전에, 아직 채점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상상 속에 있는 자기 자신은 참으로 멋지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반드시 어떻게 할 것이고, 어떤 일이 벌어져도 자신은 이러저러한 식으로 행동할 것이다, 나는 흔들림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이러저러하게 볼 것이며, 나는 사실 정말로 이러저러한 인간이다.
그렇게 상상 속에 있는 자신은 굉장하다. 자신이 하는 말에 사람들은 귀를 기울일 것이고, 자신이 선택하는 것에 사람들은 찬탄을 보낼 것이며, 어떤 힘든 상황이 와도 나는 굉장히 세련되고 멋지게 그것을 헤쳐나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룩할 것이다. 간단하다. 내 머릿속에 있는 대로만 하면 된다!
그런데 유감이다. 그것은 진정한 자기 자신이라기 보다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거나 상상하거나 착각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것은 현실도 아니고 진짜도 아니고, 머릿속에서 부글 부글 끓어오르다 시간지나면 사라지는 거품에 불과한 하찮은 것이다. 머릿속에 그려놓은 이상적인 자기자신은 본인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허상일 뿐, 선택하고 실천하지 않는 한 그것은 무가치하다.
진짜 현실과 부닥쳤을 때, 꽤 많은 사람들은 초라하게 무너진다. 현실은 원하는 것과 굉장히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상했던(상상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근거 없는 자신감에 가깝지만 말이다) 것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상황이 전개될 때, 그 때부터 각자가 가진 가장 약한 부분이 드러나게 된다. 사람들은 당황하고 난처해하고 두려워한다. 약해진만큼 악해지기도 비열해지기도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미덕은 그렇게 시험받는 동안 아예 없는 것이 되고 만다. 어느 순간엔가 추해지고 멍청해지고 어리석어지고 구석에 몰린다.그러는 동안 일은 점점 더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한다고 할만큼의 충고는 없다. 하지만 가장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더 엉망이 되고 싶지 않으면 자기 자신을 직시하라는 것이다. 무능하면 무능한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진솔하게 스스로를 인정하고 스스로가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다. 무엇을 원하는 지, 지금의 자신이 어떠한지,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은 분명 두려운 일이고 비참한 일이기도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 안을 들여다 보지 않고, 남에게 어찌 보일지만 고민하고,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대로 '이렇게 하면 이렇게 보일 것이다.', 라고 삽질 해봤자 정말로 사람들이 그렇게 봐주지는 않는다. 진솔해지지 않으면, 보이는 것에만 신경쓰면 상황은 꼬이게 되어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상상한 것을 근거로 일을 진행하다보면, 예상했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상황이 전개될 때 도무지 수습을 할 수가 없게 마련이다. 자기 자신을 모르는데, 자신이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는데, 어디로 가야 할 지도 모르는데, 대체 무엇을 하겠단 말인가. 그러면 앞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갈지자 걸음으로 가다 헛소리만 삑삑하고 실수만 줄창 해대다 바보취급받는다.
결론: 앞에 사람 놓고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네가 순진해서 그러는데..' 이렇게 말하면서 '나는 말이야...나라면 이렇게 한다..' 하고 말하는 사람의 99%가 실전에선 아무 짝에도 쓸모 없다. 큰소리친다는 건 실제론 아무 것도 모른다는 증거다.
이런 사람일 수록 현실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남탓하기 쉽다. 옆에 있으면 된통 뒤집어 쓰고 낭패당하기 딱 좋으니 되도록 멀리하자.
# by | 2008/05/23 23:15 | 잡데구리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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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남자답지 못하다 그러고 소심하다 겁이 많다 그러더군요(.....)
그리고 제가 틀렸다던지 실수하면 바로 실수했다 네가 맞았다 이러는데 처음에는 쪽팔렸는데
이게 진짜 후폭풍에 당할 위험이 적어서 아주 좋은것 같습니다(.....)
그런데, 남이 힘들게 선택한거 가지고 ~답지 못하다, 그거밖에 못하냐 이런식으로 꼭 걸고 넘어지는 사람들이 있죠..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라면 ~렇게 해야지 라고 그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조언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사람들 중 자신이 일이 되었을 때 그 말처럼 하는 사람들 못본거 같아요.
그런 선택이 있을 때 조언보다는 옆에서 힘내라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나중에 생각해보면 더 진실된 사람들이더라구요......
그냥 옆에 있어주는게 낫더군요. 이래저래 말하는 것 보다는.
정말 어디에서 된통 당해보지 않으면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아니 사실 당하고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긴 해요;;;
한숨; 하지만 그 생각에 자신이 없어서 나라면~으로 그냥 이야기해요. 넌 나랑 다르니까 생각도 다르겠지라고 꼬리내리고; (뭔 소리야)
사람마다 다른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를 위로하거나 화내는 애를 달랠때 나라면 이런말을 듣고 싶겠지, 하지만 애는 다를지도 모르겠다.. 는 생각이 들어버리거든요;
몇 번 깨지고 나니 이제는 해탈(?)했달까....마음 굳게 먹고 주어진 상황에 충실한 것이 일 닥치기 전에 머리 여러번 굴리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편하더군요...결과가 실패든 성공이든...재기(?)할 힘도 오히려 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