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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울냥의 Small Nest</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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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매우 잡스럽고 사소한 이야기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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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08 Jul 2008 17:11:22 GMT</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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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울냥의 Small Nest</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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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아, 무지 덥습니다!!! 너무 더워!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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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br>엄청 덥습니다! 잠깐 밖에 쓰레기라도 버리러 나가라 치면 온 몸이 익어버릴 것 같아요!<br><br><br>더운 내내 달렸습니다!<br><br><br><strong>하우스 시즌4:<br></strong>꽤 늦게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시즌3에서 삼남매가 흩어진 후에(뭐, 슬슬 새 멤버가 필요하긴 했어요. 시즌3 후반부 들어서니 뭔가 따분해지기 시작해서) 어찌될까 했는데 그런 식으로 새 멤버를 우르르 추가하는 군요.<br>새 닥터 중에 닥터 타웁이 제일 맘에 듭니다. 자기 삶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속물은 어디서 나오든 마음에 들어요. 성형외과 의사 시절의 자신에 대해서도 '나는 그래도 제가 만든 가슴이 무척 자랑스러웠어요. ^^' 라고 말할 때나, 안면 기형의 소년을 대할 때의 다정함이라던가... 으하하, 너무 좋잖아, 이 아저씨. 상대적으로 늙은이라-_-; 탈락하지 않을까 좀 조마조마 했는데 끝까지 나오더군요. <br>커트너도 대충 마음에 듭니다. 제일 먼저 쓸려나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끝까지. 아직 캐릭터가 덜 쌓인 느낌이긴 한대 기대 중이에요. <br>그리고 제일 괄목할만한 캐릭터라면 닥터 앰버(코드명 Bitch).... 닥터 커디를 제하고는 마네킹 같은 여성캐릭터 밖에 없던 하우스에서 파워를 뿜어내는 여자 캐릭터였습니다........................만..........................(...)<br>코드명13(본명 까먹음-_-; 나왔나;;) 은 뭔가 닥터 캐머론 애송이 판 같아서 좀 그렇더군요;; 나중에 어떻게 될 지는...음;;<br><br>p.s. 오피셜은 역시나 하우스♡윌슨<br><br><br><strong>CSI 라스베가스 시즌8:</strong><br><br>어제 마지막 봤습니다.....<br><br>............파란의 라스베가스, 결국 그렇게 시즌을 끝내는 군요.....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악!!!!!! 워릭!!!<br><br><br><br><strong>도전 수퍼 모델! 시즌10</strong><br><br><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9.egloos.com/pds/200807/09/47/b0007547_48739b9744986.jpg" width="480" height="263"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9.egloos.com/pds/200807/09/47/b0007547_48739b9744986.jpg');" /></div>시작은 미미하나&nbsp;계속 창대해지는&nbsp;도전 수퍼모델 시리즈. 요즘&nbsp;예전 시즌 재방송이라도 볼라치면, 초창기 멤버들의 그 숙소와 의상들에 마지막 탈락자 결정할 때의 무대의 안습함에 가슴이 아파옵니다. 시즌을 거듭할 수록 인기 리얼리티 쇼가 되어서 그런지 멤버들 의상도 업그레이드 사진 연출도 업그레이드 타이라 뱅크스의 오도방정 퍼포먼스와 패션 감각도 업그레이드! 이래서 이 도전 수퍼모델은 맨날 보게 된다니까요.&nbsp;<br><br>도전수퍼모델의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는 타이라 뱅크스의 방정맞은 퍼포먼스와 잘난체와 썅년스러움입니다.&nbsp;깔깔깔. 아, 이 아줌마 너무 좋다니까. 오우 진짜 문지방 나가는 즉시 멤버들한테 욕이란 욕은 다 처먹을 것 같은 분입니다. 그래도 이 분이 얌전해지면 검소해진 패리스 힐튼 보는 듯 무서울 듯. <br>여기서 우승한다고 뭐 대단한 신데렐라가 되는 것도 아니고, 실제 우승자들을 보면 그다지 성공할 것 같은 애들도 아니지만, 보는 내내 얘들 보면서 즐거운 이유는 처음에는 어디서 촌닭 모가지 비틀어 놓은 듯 촌스럽고 어수선하고 어설프던 애들이 회를 거듭할 수록 세련되고 예뻐지며 마지막에 남을 때는 정말로 완전히 다른 인간들이 되어 있다는 겁니다. 저는 그걸 보는게 제일 즐거워요. 이번 시즌에서는 파티마의 업그레이드가 제일 눈에 뜨입니다. 처음엔 아프리카&nbsp;시록&nbsp;벽지에서 닭털 뽑다&nbsp;온 듯한 모양새더니, 이번 시즌 막판에서는 완전히 환골탈태; 비쩍 마른건 여전하지만 그래도 아래에서부터 완전히 새로운 빛이 스며나오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어요. <br><br><br>p.s.&nbsp;매 시즌마다 그렇지만...&nbsp;이번 우승자도 도저히&nbsp;용납할 수가 없다.... ㄱ- <br><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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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잡데구리</category>
		<pubDate>Tue, 08 Jul 2008 17:03:51 GMT</pubDate>
		<dc:creator>아울양</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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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적야의 일족 - 진행 상황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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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br><br><br>아무래도&nbsp;작업일정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br><br><br><br>통제불가능하거나 예측불가능한 상황을 아주 싫어하는데, 현재 그렇습니다. <br><br><br><br><br><br><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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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제작노트</category>
		<pubDate>Sun, 06 Jul 2008 13:57:13 GMT</pubDate>
		<dc:creator>아울양</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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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좀 더워하시는 룐사마...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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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br><br><br><br><br><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9.egloos.com/pds/200807/02/47/b0007547_486b831fec9fa.jpg" width="500" height="375.992063492"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9.egloos.com/pds/200807/02/47/b0007547_486b831fec9fa.jpg');" /></div><div style="TEXT-ALIGN: center">선풍기 좀 틀라고 시위하시는 룐사마..<br></div><br><br><br><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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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룐사마</category>
		<pubDate>Wed, 02 Jul 2008 13:31:31 GMT</pubDate>
		<dc:creator>아울양</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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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시국미사 다녀왔습니다.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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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8.egloos.com/pds/200807/01/47/b0007547_48691c6c2e2ed.jpg" width="500" height="332.692307692"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8.egloos.com/pds/200807/01/47/b0007547_48691c6c2e2ed.jpg');" /></div><div style="TEXT-ALIGN: center">짤은 강달프와 문달프의 만남....(기사제목이 정말 그랬음-_-;;)<br></div><div style="TEXT-ALIGN: center">오른쪽은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문정현 신부님이십니다. <br></div><br><br>토요일날 코푸시럽으로 도핑하며 12시간 정도를 처잔 끝에 체력을 회복-_-; 더불어 조중동의 멋드러진 헤드라인을 보고 파워업, 기어코 나가고야 말았습니다. <br><br><br>6시부터 시작한다고 해서 거의 끝날 때쯤 도착할 줄 알았는데, 7시 반경에 도착했더니 이제 막 시작이더군요. 방송차량을 전경들이 견인해 가서 다른 방송차로 대체하느라 시간이 꽤 걸렸었다고 하는 군요. 처음엔 사람이 적어보여 괜찮을까 싶었는데, 미사 진행되는 중에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사람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br>미사가 끝나고 사제분들과 수녀님들을 선두로 하여 행진을 시작할 때는 온 길이 촛불로 그득 그득 찼습다. 정부가 불법집회-_-를 철저하게 봉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그날, 시위대가 도로에 발을 들여놓을 때 사람들 사이에서 아- 하는 탄성이 터졌습니다. 다들 알고 있었어요. 그 한걸음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이 행진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우리가 승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겁니다. <br><br><br>필요할 때 필요한 일을 적절하게 해 주신 사제분들과 수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br><br><br><strike>역시, 절대악이 창궐할 때 그 선두에 서서 싸우는 것은 버진....(잡아끌려간다)</strike><br><br><br>p.s. 사진은 뭐.... 제가 사진 찍는 것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라기 보다는 틈틈이 사진 찍는 일 자체를 못해서-_-; 정말로 두가지일 동시에 못한다니까요;;;) 없습니다. <br><br><br><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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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잡데구리</category>
		<pubDate>Mon, 30 Jun 2008 17:58:01 GMT</pubDate>
		<dc:creator>아울양</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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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홍염의 성좌] - 외전 : 하얀 모래 속 우물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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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br><span style="FONT-SIZE: 130%"><strong>&nbsp; 하얀 모래 속 우물</strong></span><br>&nbsp;&nbsp;<br>&nbsp;&nbsp;<br><br><br><em>&nbsp; 구름은 땅으로 쏟아질 듯 낮게 깔려 있었다. 어스름에 젖어드는 숲과 <br>&nbsp; 우거진 수풀도 녹색 납처럼 묵직해 보였다. <br>&nbsp; 저녁 무렵의 어둠은 한밤의 어둠과는 다르다. 깜깜한 어둠이 아님에<br>&nbsp; 도, 그 어둠은 밀도가 짙다. 그 안에 아직 잠들지 않거나 이제 막 깨<br>&nbsp; 어나는 것들이 있는 듯한, 이상한 세계의 틈새가 드러난 듯 한 끈적<br>&nbsp; 끈적하고 기분 나쁜 어둠이다. <br><br></em><br><br><br /><br /><p>&nbsp; 소년은 담배를 물고 그 어둠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똑바로 보고 있<br>&nbsp; 어도 어둠은 은밀하게 깔린다. 언제 얼마나 어두워지는지 눈으로 가<br>&nbsp; 늠할 수 없다. 어느 샌가 하늘은 새카맣게 잠기고 땅은 캄캄해진다. <br>&nbsp; 동굴에서는 박쥐 떼가 새카맣게 날아오르고, 나무 언저리에선 밤벌레<br>&nbsp; 들이 울기 시작한다. 그리고 밤이 온다. </p><p>&nbsp; 볼에 서늘한 머리카락이 스쳤다. 그 끝이 눈가를 스치는 바람에 움찔 <br>&nbsp; 눈을 감아야 했다. 귀 옆까지 다가온 얼굴이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br>&nbsp; 흡- 하는 소리와 함께 맞은편의 담배에 빨간 불이 옮겨 붙었다. 소<br>&nbsp; 년은 주머니에서 성냥을 꺼내 던졌다. 맞은편 남자가 그것을 받아 쥐<br>&nbsp; 었다. </p><p>&nbsp; “다음부터는 그냥 성냥 빌려달라고 하십시오, 카이슐츠.”</p><p>&nbsp; 남자가 웃었다. </p><p>&nbsp; “요즘은 다들 이렇게 하라고 하던데. 보급이 줄어서 성냥도 귀하다<br>&nbsp; 나.”<br>&nbsp; “그래도 다가오면 기분 나쁘단 말입니다.”<br>&nbsp; “저런. 그런 거였나.”</p><p>&nbsp; 남자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담배연기가 부옇게 흩어졌다. 갸<br>&nbsp; 름한 얼굴에 깊은 눈매를 가진 남자였다. 키는 껑충한 느낌이 들 정<br>&nbsp; 도로 컸지만 몸놀림이 아주 균형이 잡혀 있어 휘청거린다는 느낌은 <br>&nbsp; 전혀 들지 않는다. 커다란 새가 성큼 성큼 걸어 다니는 듯 하다. </p><p>&nbsp; “크리스펠로 대위님은 어디다 놓고 오신 겁니까.”</p><p>&nbsp; 유릭이 묻자, 카이슐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p><p>&nbsp; “우리 강아지는 지금 예쁜 바니하고 놀고 있지.”</p><p>&nbsp; 바니- 카바냐를 말하는 것이다. </p><p>&nbsp; 유릭은 풍만한 가슴에 허리가 잘록한 그 아가씨를 떠 올렸다. 자주 <br>&nbsp; 같이 파견 나가곤 했는데, 특무부의 남자들은 물론이요 옆 부대 남자<br>&nbsp; 들은 모조리 정복한 그녀는 유릭에게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 식성으<br>&nbsp; 로 따지자면 폭식가에 가까운 그녀가 유릭을 거부한 이유는 간단했<br>&nbsp; 다. <br>&nbsp; </p><p>&nbsp; ‘복잡해 보이는 남자는 질색이거든. 너나, 저기 저 카이슐츠나.’<br>&nbsp; </p><p>&nbsp;&nbsp; 그러나 유릭이 생각하기에, 아무래도 복잡해 보이는 남자의 취향이 <br>&nbsp; 카바냐가 아닌 경우가 많아서 일부러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는 것이<br>&nbsp; 다. <br>&nbsp;&nbsp; 담배연기 뿌옇게 끼는 휴게실은 유릭과 카이슐츠 둘 뿐이었다. 오늘<br>&nbsp; 은 부대원들이 거의 파견을 나가고 없는 날이다. 그 덕에 둘이서 휴<br>&nbsp; 게실을 차지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조용한 가운데, 특수무<br>&nbsp; 력부대에서 조용한 축에 속하는 둘이 있으니, 휴게실은 게으른 야생<br>&nbsp; 동물 두 마리가 졸고 있는 초원처럼 조용했다. 아니, 파견 때문만도 <br>&nbsp; 아니다. 지난 반란 진압으로 절반 이상이 죽어나갔다. 반년마다 한 <br>&nbsp; 번씩 신병이 들어왔지만, 그들은 이름을 외우기는 커녕 일렬로 세워<br>&nbsp; 놓고 숫자를 세는 동안에도 죽어나갔다. 잘 아는 사람이 죽어나갔고, <br>&nbsp; 얼굴만 아는 사람이 죽어나갔고, 처음 보는 사람도 죽어나갔고, 세상<br>&nbsp; 에 있는 지조차 몰랐던 사람도 죽어나갔다. 반란은 이제 끝났지만, <br>&nbsp; 공포와 분노, 증오는 이 섬을 영원의 저녁으로 만들고 있었다. 해는 <br>&nbsp; 저물었지만 달은 뜨지 않았고 별빛마저 흐린 그런 저녁, 낮의 고통이 <br>&nbsp; 잠시 눈을 감고 어두운 밤을 장악할 공포가 깨어나기 직전, 그 압박<br>&nbsp; 감에 눌려 죽을 것 같은 저녁이다. 시간은 오래된 피가 흘러가듯이, <br>&nbsp; 끈적끈적한 썩은 물이 흘러가듯이, 느릿느릿 흘러가고 있었다. 시간<br>&nbsp; 이 고통을 짊어지면 느려지는 법이다. </p><p>&nbsp; 창가에 기댄 카이슐츠의 입가에서 담배 연기가 하얗게 뿜어져 올랐<br>&nbsp; 다. 콧날이 긴 얼굴이 어둠을 배경으로 대리석 조각처럼 보였다. 어<br>&nbsp; 딘지 귀족적인 데가 있는 남자였다. 신분이 높다거나 태생의 비밀이 <br>&nbsp;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유릭은 그의 부모에 대해 아주 잘 아는 그<br>&nbsp; 의 숙부 누이트를 알고 있었다). 간혹 태생과는 상관 없이 다른 사람<br>&nbsp; 보다 한 단계 정도 높은 곳에 있는 듯한 사람이 있다. 혼탁한 세상에<br>&nbsp; 서 한발자국 정도 옆에 있는 듯한, 그 혼탁에 휘말리지 않는 법을 터<br>&nbsp; 득하거나 애당초 그렇게 태어난 듯 관대하게 세상을 보는, 그런 사람<br>&nbsp; 이 있다. 달빛을 받아 빛나는 하얀 바위 처럼, 다른 세상에서 온 물<br>&nbsp; 고기처럼, 앙상한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화려한 깃털의 새처럼, 이 <br>&nbsp; 카이슐츠는 그런 사람이었다. </p><p>&nbsp; “너, 들어온 지 몇 년째지?”</p><p>&nbsp; 카이슐츠가 갑자기 물었다. </p><p>&nbsp; “4년 정도 되었을 겁니다.”<br>&nbsp; “그래서 지금 몇 살이지?”<br>&nbsp; “열 여덟.”<br>&nbsp; “벌써 그렇게 된 거냐. 처음 봤을 때는 요만한 꼬맹이였는데. 그래, <br>&nbsp; 앞으로 뭘 할지는 생각해 뒀겠지? 곧 스무 살이 되는 거잖아.”<br>&nbsp; “글쎄요.”</p><p>&nbsp; 내년이면 열 아홉이다. 그리고 열 아홉의 여름이 되면, 이 지긋지긋<br>&nbsp; 한 특무부에서 나갈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br>&nbsp; 막상 그렇게 된다고 생각하니 불안해 지기도 했다. 동생이 있긴 하지<br>&nbsp; 만 멀리 있고, 친척이라곤 정말로 까마득한 곳에 있는 백부뿐이다. <br>&nbsp; 열여덟, 아직은 어디든 끼어 있을 곳이 필요한 나이였다. 그리고 자<br>&nbsp; 신이 어떤 존재이고 무엇을 할 수 있고 누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지 <br>&nbsp; 알고 싶은 나이이기도 했다. 크리스펠로나 카바냐처럼 오늘 하루 하<br>&nbsp; 루만이 의미가 있는 삶이 가장 좋을 테지만, 다른 사람에겐 만족스러<br>&nbsp; 워도 유릭 자신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칼 뷰겐트처<br>&nbsp; 럼 니콜라스 추기경을 몰아내겠다는 거창한 구호를 외치며 사는 것도 <br>&nbsp; 나쁘진 않을 테지만, 거창한 구호는 거창한 열정이 있을 때나 제 역<br>&nbsp; 할을 할 수 있는 법이다. 유릭에겐 그나마도 없었다. </p><p>&nbsp; 어렸을 때 무슨 꿈을 꿨더라, 하고 생각해보았다. 교사가 되고 싶었<br>&nbsp; 던 것 같다. 딱히 그런 일을 하고 싶어서 그렇다기보다는, 유릭의 열 <br>&nbsp; 여덟 생을 통틀어 제대로 된 어른들이라곤 어렸을 때 봤던&nbsp; 선생님들 <br>&nbsp; 뿐이었으니 그렇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뿐이었다. 지금은 당<br>&nbsp; 장 학교에 들어가 교사를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았다. 아니, 사실대<br>&nbsp; 로 말하자면 학교는 정말로 싫다.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내내 한자<br>&nbsp; 리에 앉아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p><p>&nbsp; 수수수- 하고 바람 부는 소리가 들렸다. 내내 낮은 구름이 끼어 있<br>&nbsp; 었던 데다 공기도 습하니 금방이라도 비가 쏴 쏟아질 것 같다. <br>&nbsp; 카이슐츠는 다 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p><p>&nbsp; “널 처음 봤을 때 말이야-”</p><p>&nbsp; 카이슐츠는 휴게실의 낡은 피아노로 다가갔다. </p><p>&nbsp; “우리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될 것 같은 녀석이라 생각했지.”<br>&nbsp; “그러지 마세요. 제 나이는 스스로가 굉장히 특별한 존재가 될 거라<br>&nbsp; 는 헛된 희망을 가지고 싶어 하는 나이랍니다. 괜히 부추겨서 바보짓 <br>&nbsp; 하게 만들지는 마십시오.”<br>&nbsp; “나는 희망이나 꿈을 말하는 게 아니야. 처음 봤을 때, 너는 과거라고 <br>&nbsp; 할 만한 게 있는 사람이 지을 법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 꼬맹이가 말<br>&nbsp; 이야.”<br>&nbsp; “누구나 과거가 있지 않습니까.”</p><p>&nbsp; 카이슐츠는 피아노의 뚜껑을 열었다. </p><p>&nbsp; “과거는 죽은 존재지. 그냥 쌓여가는 거야. 하지만 때론..... 누군가에<br>&nbsp; 겐 삶의 방향을 돌이킬 수 없게 바꿔버린 과거란 게 있어. 돌아가서 <br>&nbsp; 고칠 수도 없고, 돌이킬 수도 없지. 하지만 그것은 이미 삶을 급격하<br>&nbsp; 게 꺾고 틀어버리고 만 거야. 현재가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울 수록, <br>&nbsp; 사람은 더욱 필사적으로 그 과거를 고치고 싶어 해. 하지만 참 헛수<br>&nbsp; 고지.”<br>&nbsp; “.........”</p><p>&nbsp; 돌이키고 싶은, 시간만 돌이킨다면 반드시 고쳐놓고 싶은 일이란 것<br>&nbsp; 이 있다. 그것은 현재라는 아슬아슬한 수면 아래에 잠겨 있다가, 물<br>&nbsp; 이 조금만 말라도 드러나고 만다. 유릭도 그런 게 있다. </p><p>&nbsp; “과거의 실수, 과거의 죄, 아무 것도 돌이킬 수 없다는 겁니까. 돌이<br>&nbsp; 켜서도 안 되고?”<br>&nbsp; “그래, 아무 것도. 과거는 언제나 과거 그대로야. 과거를 좀 더 행복<br>&nbsp; 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곤 원래 그게 아니었다고 믿어 버리면 되는 거<br>&nbsp; 야. 진실은 변하지 않을테지만, 자기 머릿속에만 있는 걸 가지고 누<br>&nbsp; 가 뭐라 하겠어.”<br>&nbsp; “그건 비겁한 짓인데요. 차라리 어떻게든 손을 보는 법을 택하고 싶<br>&nbsp; 습니다만.”<br>&nbsp; “과거는 정말로 어찌할 수 없는 거야, 유리. 올바르게 고치려고 하면 <br>&nbsp; 할수록 꼬이기만 할 뿐이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과거의 문제란 <br>&nbsp; 것도 없거든. 최소 두 사람 이상이 꼬여 있는데, 너 혼자서 그 일을 <br>&nbsp; 바꾸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야.”<br>&nbsp; “혼자 끌어안고 살라는 건가요?”<br>&nbsp; “그래, 그게 네 몫이니까.”<br>&nbsp; “고통스러워도요?”<br>&nbsp; “원래 그런 거야. 과거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것이 과거가 되<br>&nbsp; 는 순간부터 고통스러운 법이지. 좋은 과거는 잃어버려 슬프고 나쁜 <br>&nbsp; 과거는 나쁜 상태로 영원히 남아 있을 수밖에 없어 고통스럽지.”</p><p>&nbsp; 카이슐츠는 피아노 건반에 손을 얹었다. 군인답지 않게 희고 긴 손가<br>&nbsp; 락이다. 남자에겐 절대로 이런 찬사를 붙이고 싶지 않은 유릭이긴 하<br>&nbsp; 지만, 그의 손가락은 누가 봐도 ‘아름답다.’ 그의 피아노 솜씨역시 근<br>&nbsp; 사하다. 물이 흐르는 듯, 구름이 흐르는 듯, 그 손은 건반 위를 유려<br>&nbsp; 하게 미끄러졌다. 물고기의 헤엄처럼, 고양이의 사냥처럼, 갈매기의 <br>&nbsp; 비행처럼, 그의 연주는 완벽하고 빈틈없고 재빠르며 더없이 우아했<br>&nbsp; 다. </p><p>&nbsp; 예전에 이 남자와 같이 갔던 파견이 생각난다. 변두리 지역에 있는 <br>&nbsp; 공장지대에서 일어났던 사건이었다. 어린아이들을 잡아다가 일을 시<br>&nbsp; 키는 공장이었는데, 그곳에서 마물이 나타났다. 한 달 여간 시간을 <br>&nbsp; 끈 끝에 특수무력부대로 요청이 온 것이다. <br>&nbsp; 공장주는 젊은 카이슐츠와 어린 유릭을 보고 심드렁해했다. 아이들은 <br>&nbsp; 겁에 질려 제대로 말도 못했다. 어떤 일이 있었느냐고 물어보면 횡설<br>&nbsp; 수설 알아들을 수 없게 말하다 차츰 차츰 말수가 줄더니 결국 입을 <br>&nbsp; 닫아버렸다. 그 다음은 뭘 물어도 아무 답도 하지 않는다. 그 덕에 <br>&nbsp; 아이들의 말이 거짓말인지 착각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둘러보면, <br>&nbsp; 그곳은 곳곳에 괴물이 숨어 있었다. 공장의 기둥 사이에도, 기름 냄<br>&nbsp; 새 풍기는 흉한 기계 그늘 속에도, 폐수가 가득 고인 웅덩이에도, 여<br>&nbsp; 기저기 괴물이 있었다. 그 괴물을 키워내는 것은 바로 그곳에 있는 <br>&nbsp; 인간들이었다. 그들의 눈 안에, 그들의 숨 소리에, 그들의 목소리에, <br>&nbsp; 진짜 괴물이 있었다. 진압은 꼬박 열흘이 걸렸고, 기어코 지역 전파<br>&nbsp; 명령을 받아낸 뒤에 모조리 때려 부수는 것으로 끝났다. </p><p>&nbsp; 마물이 처음 나타난 것은 새벽이었다고 한다. 공장 감독관이 내장과 <br>&nbsp; 머리 반쪽과 함께 공장 구석에서 발견되었다. 쥐들이 몰려들어와 그 <br>&nbsp; 살덩이를 쏠고 있었다. 금방 마물 짓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br>&nbsp; 당장 납품해야 하는 물건 목록이 길었던 공장장과 사장은 공장 문을 <br>&nbsp; 닫지 못하도록 했다. 최소 석 달은 계속 공장을 돌려야 했다. 어차피 <br>&nbsp;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열 예닐<br>&nbsp; 곱도 안 된 어린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낮에는 마물이 나타나지 않<br>&nbsp; 을 것이다(본국 출신인 공장장과 사장은 그렇게 믿었다). 정 겁이 나<br>&nbsp; 면, 감독관들은 저녁에 공장 문을 잠그고 시내로 와서 자라. 할당량<br>&nbsp; 부터 챙겨라. 그게 우선이다. </p><p>&nbsp; 감독관들은 해가 지기 직전까지 아이들을 혹독하게 몰아붙여 일을 시<br>&nbsp; 키다, 해가 저물면 아이들을 공장 창고에 급히 몰아넣고 문을 잠근 <br>&nbsp; 다음 도시의 여관으로 도망쳤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버림받은 채로 <br>&nbsp; 그 마물들의 숲 속에 방치되었다. </p><p>&nbsp;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 일도 없었다. 마물은 차츰 잊혀졌다. 그리고 <br>&nbsp; 일주일이 좀 넘어간 어느 날, 해가 저물기 전에 공장가동을 중지시켰<br>&nbsp; 는데 공장 기계가 멈추지 않았다. 스위치를 껐는데도 기계는 엄청난 <br>&nbsp;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감독관은 기계 스위치가 고장이 난 것인지 확<br>&nbsp; 인하러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의 말에 따르면, 기계가 갑자기 <br>&nbsp; 들썩이더니 그 안으로 감독관의 몸이 빨려 들어갔다고 했다. 비린내<br>&nbsp; 와 고약한 냄새가 풍겨오더니 공장 바닥에 피가 고이기 시작했다. </p><p>&nbsp; 공장장은 처음에는 단순히 기계가 고장 났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기술<br>&nbsp; 자를 불렀다. 그러나 기계는 기술자의 머리를 삼켰다. 다른 기술자가 <br>&nbsp; 왔다가 기겁해서 도망쳤다. </p><p>&nbsp; “기계 자체에 마물이 붙은 것 같아요.”</p><p>&nbsp; 마지막으로 온 기술자가 그렇게 말했다. 공장장은 그럴 리가 없다고 <br>&nbsp; 우겼지만, 그 기술자가 치안군에 신고하는 바람에 치안군이 출동하고 <br>&nbsp; 말았다. 치안군은 당장에 특수무력부대로 지원요청을 했다. 처음 마<br>&nbsp; 물이 나타난 지 한 달 만이었다. </p><p>&nbsp; 유릭과 카이슐츠가 도착했을 때, 그들은 마물만 제거함으로써 깔끔하<br>&nbsp; 게 끝날 수 있는 단계를 이미 넘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러나 공장<br>&nbsp; 장과 사장의 얼굴을 보니, 그런 것을 허락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p><p>&nbsp; “기계를 원래 상태로 돌려놔.”</p><p>&nbsp; 공장장은 유릭과 카이슐츠를 보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p><p>&nbsp; “불가능합니다. 토지 몰수 후 전파가 수순인 것 같은데요.”</p><p>&nbsp; 유릭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공장장과 사장이 눈을 부릅떴다. </p><p>&nbsp; “마물만 몰아내면 되잖아! 젠장, 네 상관한테 연락해! 유능한 놈으로 <br>&nbsp; 보내 달라고!”<br>&nbsp; “마물만 몰아내고 싶었으면, 처음 마물이 나타났을 때 신고를 하셨어<br>&nbsp; 야죠.”</p><p>&nbsp; 공장장이 유릭의 멱살을 잡았다. </p><p>&nbsp; “이 멍청아, 그걸 말이라고 해! 너희들이 나타나면 최소 석달은 공장 <br>&nbsp; 가동을 멈추어야 하는데, 그러면 너희들이 돈을 물어낼 거야!”<br>&nbsp; “그 상태에서 계속 놔두면 석 달이 아니라 영구 가동 중지 상태가 되<br>&nbsp; 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p><p>&nbsp; 유릭은 한 대 맞을 뻔 했지만 카이슐츠가 말린 덕에(팔을 꺾어 등에 <br>&nbsp; 붙여준 다음 아주 부드럽게 속삭였다. 네 뱃속에 마물을 처박아 주<br>&nbsp; 지. 네가 살아 있는 내내 네 배를 산채로 갉아먹을 거다.) 간신히 면<br>&nbsp; 했다. 둘은 공장장과 사장이 뭐라 하든 말든 밖으로 나왔다. 어차피 <br>&nbsp; 전파명령이 내려지면 공장장이든 사장이든 법 앞에 평등해진다. 어쩔 <br>&nbsp; 수 없다. </p><p>&nbsp; 한 낮의 공장은 조용했다. 공장 앞에는 아이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br>&nbsp; 아이들의 그림자가 공장의 낡은 나무 벽 위에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p><p>&nbsp; “아이들 중에는 희생자가 없습니까.”</p><p>&nbsp; 유릭은 아이들을 가리키며 공장 감독에게 물었다. </p><p>&nbsp; “그래, 이상하게도 아이들은 하나도 죽지 않았어. 병에 걸려 죽은 아<br>&nbsp; 이들이 좀 있긴 하지만 말이야.”</p><p>&nbsp; 유릭은 아이들을 살폈다. 유릭보다 대여섯 살 정도 어려 보이는 아이<br>&nbsp; 들이 대부분이었다. 모두 왜소한데다 비쩍 말라 있었다. 눈빛을 보니, <br>&nbsp; 최근 더욱 굶주린 것 같았다. 그에 대해 묻자 공장장이 입술을 비틀<br>&nbsp; 었다. </p><p>&nbsp; “공장이 돌아가질 않는데, 저 버러지들 퍼 먹일 돈이 어디 있어.”</p><p>&nbsp; 근 일주일 간 죽지 않을 만큼만 먹을 것을 준 것이다. 최근에 죽은 <br>&nbsp; 아이들의 사인은 분명 아사일 것이다. 유릭은 아이들을 살펴보았다. <br>&nbsp; 그 중에 여자아이 하나가 눈에 뜨였다. 열 살 정도 되었을까, 체구도 <br>&nbsp; 작고 머리도 작았지만 까만 눈이 인상적으로 빛나는 아이였다. 일자<br>&nbsp; 로 다문 입은 무표정했다. 증오도 분노도 호기심도 생기도 없었다. <br>&nbsp; 까만 돌멩이 같아 보이는 아이였다. </p><p>&nbsp; “에바.”</p><p>&nbsp; 유릭이 이름을 묻자, 소녀가 답했다. </p><p>&nbsp; “에바입니다.”</p><p>&nbsp; 그리고 둘 다 한참이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에바는 무표정하게 <br>&nbsp; 유릭을 보고만 있었고, 유릭도 무표정하게 에바를 보고만 있었다. 더 <br>&nbsp; 이상 무엇을 물어야 할 지, 유릭으로서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카이<br>&nbsp; 슐츠가 다가와 에바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p><p>&nbsp; “그렇게 있으면 어쩌냐.”</p><p>&nbsp; 에바의 눈이 카이슐츠를 향했다. </p><p>&nbsp; “자, 에바. 우리와 함께 이야기를 하자꾸나.”</p><p>&nbsp; 카이슐츠가 부드럽게 말했다. 너무 부드러워서, 듣는 유릭은 소름이 <br>&nbsp; 끼칠 지경이었다. </p><p>&nbsp; “취향이 그러셨습니까.”<br>&nbsp; “저런. 덮쳐주지 않아서 그 동안 삐졌었구나. 보채지 마. 달이 밝은 <br>&nbsp; 날에는 나의 취향도 관대해지니 그날만 기다려.”</p><p>&nbsp; 유릭이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 쉬는 동안, 카이슐츠는 에바를 공장 <br>&nbsp; 옆의 빈터로 데리고 갔다. 아이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돌아오자, <br>&nbsp; 카이슐츠는 주머니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건네주었다. 에바는 받지도 <br>&nbsp; 않고 머뭇거렸다. 뭔지도 모르는 것이다. </p><p>&nbsp; “자, 아.”</p><p>&nbsp; 에바가 입을 벌리자, 카이슐츠는 그 안에 사탕을 집어넣었다. 소녀의 <br>&nbsp; 눈이 단숨에 커졌다. 워낙에 크고 검은 눈이라, 그러고 있으니 눈만 <br>&nbsp; 큰 새끼짐승 같아 보였다. </p><p>&nbsp; “애들 다루는 법 좀 배워둬. 나중에 너도 신참들 다뤄야 할 테니.”</p><p>&nbsp; 카이슐츠가 예의 그 능글맞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p><p>&nbsp; “자, 에바. 말 해 주렴. 누가 마령을 부르는 거냐.”</p><p>&nbsp; 소녀의 커다란 눈동자가 깜빡였다. 카이슐츠가 다시 물었다. </p><p>&nbsp; “괴물들을 부르는 거 말이다, 에바. 누가 부르는 거니?”<br>&nbsp; “저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p><p>&nbsp; 유릭이 끼어들며 물었다. 카이슐츠가 입술에 손을 댔다. </p><p>&nbsp; “마물은 절대로 사람을 가리지 않아. 사람을 가리는 것이 있다면, 그<br>&nbsp; 건 인간에게 복속된 마령일 때나 가능하다. 저건 자체발생한 마물이 <br>&nbsp; 아니란 거야. 누군가에게 복속되어 누군가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마령<br>&nbsp; 이지.”</p><p>&nbsp; 그리고 에바에게 물었다. </p><p>&nbsp; “자, 말해 봐라. 누가 부르는 거지?”<br>&nbsp; “그건 모릅니다.”</p><p>&nbsp; 에바가 말했다. 아이답지 않게 딱딱한 말투였다.</p><p>&nbsp; “그래? 그럼 내가 직접 찾아야 겠군.”<br>&nbsp; “어떻게 찾을 건데요?”</p><p>&nbsp; 유릭이 물었다. </p><p>&nbsp; “간단해. 미래를 보면 되는 거야.”</p><p>&nbsp; 카이슐츠는 자신의 눈을 가리켰다. </p><p>&nbsp; “내가 다스리는 마령 중 시공의 속성을 가진 게 있지. 그것은 많은 <br>&nbsp; 것을 꿰뚫어 볼 수 있지. 현재, 과거, 때로는 미래. 마령에게 이 능력<br>&nbsp; 이 있는 경우엔 마령 자체는 현재까지밖엔 볼 수 없다고 하더군. 하<br>&nbsp; 지만 인간이 그 마령을 쓸 수 있게 되면 미래를 볼 수 있어.”<br>&nbsp; “인간에게 마령보다 나은 능력이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데요.”<br>&nbsp; “마령들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딱 현재 까지만이거든. 하지만 인간은 <br>&nbsp; 미래도 생각하지. 그래서 그 미래가 어렴풋이나마 보이는 거야.”</p><p>&nbsp; 유릭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동료들 중에 미래를 알 수 있다고 뻐기<br>&nbsp; 는 사람이 몇 명 있긴 했지만, 그들은 상대방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br>&nbsp; 미래나 이루어지지 않길 바라는 미래를 말하는 것뿐이다. </p><p>&nbsp; “그럼, 미래에 엄청난 악당이 될 아이를 고를 겁니까?”<br>&nbsp; “아니, 내 손에서 그 미래가 끝날테니, 미래가 없는 아이를 찾으면 되<br>&nbsp; 는 거지.”</p><p>&nbsp; 카이슐츠는 검을 쥐었다. 그러자 에바가 말했다. </p><p>&nbsp; “어려울 겁니다.”<br>&nbsp; “아는 게 있니?”<br>&nbsp; “아뇨. 그건 아닙니다. 누군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강합니다. 누구보<br>&nbsp; 다도요.”<br>&nbsp; “어떻게 아는 거지, 넌?”</p><p>&nbsp; 유릭이 물었다. 에바는 유릭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p><p>&nbsp; “제가 여태까지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었으니까요. 이 숲은 마물들이 <br>&nbsp; 많습니다. 압니다. 하지만 여태까지는 제가 아이들을 지키겠다고 마<br>&nbsp; 음먹으면 그 무엇도 근처로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존재는 아닙<br>&nbsp; 니다. 간신히 아이들을 지키는 것이 제 최선입니다. 그나마도 곧 끝<br>&nbsp; 날 겁니다. 그 아이가 저를 노리기 시작했으니까요.”<br>&nbsp; “왜 네가 아이들을 보호하는 거지?”<br>&nbsp; “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살던 곳에서는 그랬습니다. 할 수 있는 사람<br>&nbsp; 이 하는 겁니다. 할 수 없는 사람은 가만히 있는 겁니다. 그러지 않<br>&nbsp; 으면 다 죽습니다.”<br>&nbsp; “무능한 사람은 공짜로 살아남는 거군. 참 억울한 원리 같구나.”<br>&nbsp; “할 수 없는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려하면 모두 죽는 겁니다. 할 <br>&nbsp; 수 있는 사람이 해선 안 되는 일을 하려하면 역시나 모두 죽는 겁니<br>&nbsp; 다. 저는 그렇게 배웠습니다.” <br>&nbsp; “어디서?”<br>&nbsp; “제가 있던 골목의 두목이요.”</p><p>&nbsp; 유릭과 카이슐츠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찌른 듯 한 침묵이 <br>&nbsp; 둘 사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p><p>&nbsp; 고아원 출신 소녀도 아니다. 부랑아 출신이다. 고아원보다도 계급이 <br>&nbsp; 낮은, 사람이라기보다는 하이에나들에 가까운 아이들이 바로 그 부랑<br>&nbsp; 아들이었다. 고아원 출신인 유릭은 어렸을 때 간혹 아이들 끼리의 큰 <br>&nbsp; 싸움에 휘말릴 때가 있었는데, 가장 크게 터지는 싸움은 언제나 부랑<br>&nbsp; 아들과의 충돌이었다. 아이들끼리 죽이는 일도 다반사였다. </p><p>&nbsp; “우리를 좀 도와줘야 겠다, 꼬마.”</p><p>&nbsp; 카이슐츠가 그렇게 말하며 에바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에바는 고<br>&nbsp; 개를 끄덕였다. </p><p>&nbsp; “알겠습니다.”<br>&nbsp; “그리고 이 일이 끝나면 꼬마 아가씨, 아가씨는 아무래도 우리와 같<br>&nbsp; 이 가야 할 것 같은데.”</p><p>&nbsp; 에바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카이슐츠가 피식 웃었다. </p><p>&nbsp; “아가씨가 나쁜 짓을 해서 잡아간다는 게 아니야. 앞으로도 계속 우<br>&nbsp; 리를 도와줘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p><p>&nbsp; 유릭이 말했다. </p><p>&nbsp; “부대원 후보인 겁니까.”</p><p>&nbsp; 카이슐츠는 고개를 저었다. </p><p>&nbsp; “우리 부대로 올 능력이 아니야. 아무래도 정화 사제단 쪽으로 가야 <br>&nbsp; 할 것 같아. 마령을 보고, 마령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고, 그러면 사<br>&nbsp; 제의 능력이지. 부대원이 되는 것 보다야 좋을 거야. 부대원들의 사<br>&nbsp; 망률하고 쟤들 생존률하고 비슷하거든.”</p><p>&nbsp; 유릭은 공장에서 일하는 것과 특수무력부대에서 일하는 것 중, 무엇<br>&nbsp; 이 더 나은가 저울질을 해보기는 했지만 딱히 뭐가 더 나은지는 알 <br>&nbsp; 수 없었다. 소녀에게 알아서 선택하라고 하고 싶긴 했지만, 제대로 <br>&nbsp; 가르쳐 주지도 않고 선택하라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비겁한 짓같이 <br>&nbsp; 느껴졌다. 유릭은 어린나이였고, 아직은 자신이 책임질 필요가 없는 <br>&nbsp; 일에도 가끔 의무감을 느끼기도 하는 시절이었다(스무 살 넘어간 후<br>&nbsp; 로는 절대로 그러지 않게 되었다). </p><p>&nbsp; “데리고 가는 것, 저는 그다지 찬성하고 싶지 않습니다.”<br>&nbsp; “유리, 우리가 이 아이를 남겨 두고 간다면..... 이 아이는 아마도 평<br>&nbsp; 생 이 공장에서 일하다 죽을 거야. 그리고 이 아이의 평생은 아마도 <br>&nbsp; 십 오년 정도일 테지.”<br>&nbsp; “뭐가 더 좋은 지는 우리가 정할 일이 아니잖습니까.”<br>&nbsp; “많은 사람이 그저 살기 위해서 살아. 너무 선택권을 주려 하지 말라<br>&nbsp; 고. 때론 그냥 정해주는 게 나은 경우도 있어.”<br>&nbsp; “살기 위해 사는 것이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br>&nbsp; “나쁜 건 아니지. 하지만-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저 하기 위<br>&nbsp; 해 하는 지, 너는 모를 거야. 결혼하기 위해 결혼하고 사랑하기 위해 <br>&nbsp; 사랑하고 돈을 벌기 위해 돈을 벌지. 왜 그것을 원했는 지는 어느 샌<br>&nbsp; 가 잊어 버려. 남는 것은 목적 뿐. 기껏 생각해 내는 건, 다른 사람도 <br>&nbsp; 다 그것을 원하니까, 다른 사람도 다 그것을 하니까, 단지 그 정도<br>&nbsp; 지.”</p><p>&nbsp; 카이슐츠는 공장을 보고 있었다. </p><p>&nbsp; “그리고 뻔히 보이는 문제점을 무시하려 하지. 눈앞에 있는 목적에 <br>&nbsp; 닿는 게 너무 급해서, 그래서 당연히 치러야 할 대가를 무시해. 그 <br>&nbsp; 목적만 이루면 그 문제가 자연히 없어질 거라고 착각들 하지. 그리고 <br>&nbsp; 그렇게 사람들은 스스로 지옥으로 기어들어가는 거야. 세상은 목적이<br>&nbsp; 란 점으로 이루어진게 아닌데, 과정과 고통과 인내라는 무수한 선과 <br>&nbsp; 면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목적만 보다보면 사람들은 그 사실을 너무 <br>&nbsp; 자주 잊어.”</p><p>&nbsp; 카이슐츠는 검을 뽑았다. 차갑고 하얀 칼날이 한낮의 햇살에 번뜩였<br>&nbsp; 다. 잠에서 깬 사자의 발톱 같았다. <br>&nbsp; <br>&nbsp; <br>&nbsp; </p><p>&nbsp;</p><p>&nbsp;</p><p>&nbsp; 피아노 소리에 유릭은 정신이 들었다. 빗방울 소리가 섞여 들려오고 <br>&nbsp; 있었다. 카이슐츠는 악보도 없이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p><p>&nbsp; “실망인데. 내 연주를 들으면서 잠이나 들다니.”</p><p>&nbsp; 카이슐츠의 핀잔이 피아노 소리에 섞여 들려왔다. 유릭은 이마를 짚<br>&nbsp; 었다. 노곤하고 나른한 것이, 약생각이 나는 시간이다. 하지만 지난번<br>&nbsp; 에 걸려 죽도록 맞았으니, 어지간하면 다시 하고 싶지 않다. 두들겨 <br>&nbsp; 맞을 때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마약을 할 때 잠시 과거를 뒤로 젖혀 <br>&nbsp; 놓을 수 있는 쾌감 같은 건 멀찍하게 달아날 것 같다. </p><p>&nbsp; “잠시 다른 생각한 것 뿐입니다.”<br>&nbsp; “무슨 생각?”<br>&nbsp; “에바를 데리고 온 그 공장 말입니다.”<br>&nbsp; “소탕하는 데 열흘 넘게 걸린 바로 그 공장 말이군.”<br>&nbsp; “정말 죽도록 고생했었지요.”</p><p>&nbsp; 피아노소리가 높아져갔다. </p><p>&nbsp; “그 때 중위님이 했던 말이 생각나서요.”</p><p>&nbsp; 유릭은 팔짱을 끼고 어깨를 움츠렸다. 좀 추웠다. </p><p>&nbsp;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안 그래요?”<br>&nbsp; “그렇지. 하지만 유리, 자기 자신이 무엇을 왜 원하는 지 분명히 알고 <br>&nbsp; 사는 건,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p><p>&nbsp; 피아노 소리가 다시 낮아졌다. </p><p>&nbsp; “그냥 평범하게 사는 것도 좋지 않나요. 다른 사람 하는 대로, 다른 <br>&nbsp; 사람이 행복한 만큼.”<br>&nbsp; “하긴, 인간이란 혼자서 천국에 있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br>&nbsp; 옥에 가는 걸 더 좋아하지. 다른 사람이 지옥을 택한다는 이유로 지<br>&nbsp; 옥을 택하는 것이 바로 사람들이라고.” </p><p>&nbsp; 유릭은 카이슐츠를 보았다. 카이슐츠는 고개를 숙이고 피아노를 치고 <br>&nbsp; 있었다. 그는 음으로 차단된 다른 차원에 있는 듯 보였다. </p><p>&nbsp; “너는 우리와는 다른 게 될 테지만.”</p><p>&nbsp; 카이슐츠가 말했다. </p><p>&nbsp; “구체적으로 좀 말씀해 주시면 안 됩니까? 제국 최고의 갑부가 된다<br>&nbsp; 면야 아주 좋겠는데요.”</p><p>&nbsp; 카이슐츠는 한쪽 눈을 찡긋 해 보였다. </p><p>&nbsp; “그것 말고 더 굉장한 게 될 수도 있어.”<br>&nbsp; “황제라도 된다는 겁니까?”<br>&nbsp; “아니, 최소 내가 알아 볼 수 있는 바에 따르면 말이야......그보다 더 <br>&nbsp; 굉장해질 걸.”<br>&nbsp; “그러면 교황이 되 던가 신이 되는 수밖에는 없는데, 유감이군요. 저<br>&nbsp; 는 무신론자라서요.”</p><p>&nbsp; 카이슐츠는 웃기만 했다. 더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는 듯 했<br>&nbsp; 다. </p><p>&nbsp; 유릭은 이제 들어가서 푹 자야겠다고 생각하며 일어났다. 카이슐츠의 <br>&nbsp; 손가락이 점점 느려지더니 멎었다. 그리고 그는 두 손을 건반 위에 <br>&nbsp; 놓은 채로 유릭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갸름한 얼굴이 램프 불빛 속<br>&nbsp; 에서 더욱 야위어 보였다. </p><p>&nbsp; “행복하진 못할 거야, 너는.”<br>&nbsp; “그건 좀 안 맞았으면 좋겠습니다.”<br>&nbsp; “외로울 테지, 너는.”<br>&nbsp; “그것도 역시 안 맞았으면 좋겠네요.”<br>&nbsp; “그래도 멈추지는 마, 유리. 멈추고 싶을 때마다 네가 왜 이것을 원하<br>&nbsp; 는 지를 생각해. 그러면 되는 거야. 목적에 취해 ‘왜 그것을 원했던 <br>&nbsp; 건지’를 잊지는 마.”<br>&nbsp; “다른 사람이 다 그러는데, 저라고 안 그럴 도리가 없지 않을까요.”<br>&nbsp; “자기 자신을 잊지 않으면 되는 거야.”<br>&nbsp; “자기 자신?”<br>&nbsp; “그래. 왜 저 곳으로 가고 있는 건지, 왜 저것을 원하고 있는 지, 잘 <br>&nbsp; 기억하고 있어야 해. 안 그러면 무너지는 거야.”<br>&nbsp; “꼭 다 큰 형처럼 말하는 군요. 카이슐츠 님은 그렇게 사십니까?”<br>&nbsp; “그럼, 그렇지. 내가 왜 이것을 원하는 지, 언제나 생각해.”<br>&nbsp; “그래서 좋으십니까.”<br>&nbsp; “좋지는 않아. 하지만 평온하지. 억울하지도, 슬프지도 않아. 내가 무<br>&nbsp; 엇을 하려하는 지, 왜 하려는 지, 너무도 잘 아니까.”</p><p>&nbsp; 카이슐츠의 눈길이 건반을 향했다. </p><p>&nbsp; “내 과거는 언제나 불쑥 불쑥 튀어나와 나를 괴롭히지. 내가 죽인 아<br>&nbsp; 이, 내가 죽인 여자, 내가 죽인 남자, 내가 파괴한 것들, 그리고- 내 <br>&nbsp; 언저리를 맴도는 괴물들.”<br>&nbsp; “우리 부대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까.”<br>&nbsp; “그런데 그것은 끝없이 펼쳐진 숲과도 같아. 나무 뒤에 나무, 나무 뒤<br>&nbsp; 에 나무, 나무 뒤에 또 나무. 숲은 끝나지 않지. 숲 너머에 뭐가 있는 <br>&nbsp; 지, 왜 내가 숲을 헤치고 있는 지 조차 기억나지 않지.”</p><p>&nbsp; 유릭은 악보대 너머로 카이슐츠를 보았다. 카이슐츠는 이제 유릭을 <br>&nbsp; 보고 있지 않았다. </p><p>&nbsp; “그러다 어느 순간엔가 나는 멈추겠지.”<br>&nbsp; “포기한다는 말씀입니까?”<br>&nbsp; “아니, 중단하는 거야.”</p><p>&nbsp; 중단, 이라는 단어의 느낌은 묘했다. 호수에 떨어진 첫 번째 빗방울<br>&nbsp; 처럼, 그것은 들었던 때와 듣지 않았을 때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게 <br>&nbsp; 하는 그런 단어였다. </p><p>&nbsp; “내가 가는 숲은 그래. 그렇게 중단하면, 그렇게 멈추면, 나를 잡아먹<br>&nbsp; 을 괴물이 어둠 속에서 튀어나올 거야. 그건 포기하는 것도, 무너지<br>&nbsp; 는 것도 아니야. 그냥 그게 끝일뿐이지. 잠드는 것 같을까, 아니면 고<br>&nbsp; 통스러울까, 그건 잘 모르겠어. 하여간 그럴 거야.”</p><p>&nbsp; 그리고 다시 건반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피아노위로 손가락을 미끄러<br>&nbsp; 뜨렸다. 카이슐츠가 이렇게 자기 세상으로 빠져들면 누구도 끌어올 <br>&nbsp; 수 없다. 유릭은 휴게실을 나서며 하루의 마지막 담배를 입에 물었다<br>&nbsp; 가 카이슐츠에게 성냥을 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냥을 받아 갈까, <br>&nbsp; 하다가 유릭은 그만두었다. 오늘은 그냥 하나 아껴두자. 유릭은 담배<br>&nbsp; 갑을 셔츠 주머니에 넣고 발걸음을 뗐다. 피아노 소리가 점점 높아지<br>&nbsp; 고 있었다. </p><p>&nbsp; “과거라-”</p><p>&nbsp; 유릭은 중얼거렸다. </p><p>&nbsp; 과거는 절대로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다. 인간이 어른이 되어가고 늙<br>&nbsp; 어가며 배우는 것은 과거를 고통과 함께 삼키는 방법이다. 그것은 하<br>&nbsp; 얀 모래밭에 박혀 있는 우물과도 같은 것이다. 누구도 그것을 치울 <br>&nbsp; 수 없고 옮길 수도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래가 그 우물을 덮<br>&nbsp; 는다. 그러다 다시 바람이 불어 그 우물이 드러날 때에 기억도 다시 <br>&nbsp; 돌아온다. 그 우물 속에 숨어 있는 것을 보게 되고 만다. 자책감이 <br>&nbsp; 들고 죄책감이 치밀다 후회가 밀려들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과거이며 <br>&nbsp; 절대로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건 정말이지 어쩔 <br>&nbsp; 수 없는 일이다. 진실을 바꿀 수 없다면, 진실을 바꾸어 믿을 수&nbsp;있<br>&nbsp; 을 정도의 비겁함조차 없다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통과 함께 받<br>&nbsp; 아들이는 것뿐이다. </p><p>&nbsp; 피아노 소리가 멎었다. 유릭은 발을 멈추고 휴게실 쪽을 돌아보았다. <br>&nbsp;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돌아가 문을 열고 싶을 만큼의 확신은 아니<br>&nbsp; 었다. <br>&nbsp; </p><p>&nbsp; ****************************************************************<br>&nbsp; <br>&nbsp; <br>&nbsp; 작가잡설: 홍염의 성좌 전후반부에 걸쳐 이름만 언급되었던 카이슐츠 <br>&nbsp; 만 소위의 이야기입니다. 자살에 가까운 죽음 직전의 이야기죠. <br>&nbsp; 초토화 조의 큰형님이자 브레인역할을 하던 존재였는데, 본편에서는 <br>&nbsp; 나와 보지도 못했네요. 언젠가는 써보려고 했는데, 참 늦어졌지 뭐에<br>&nbsp; 요. 다른 부대원들과는 달리 철학자 타입의 남자랍니다. 그래서 다른 <br>&nbsp; 사람들이 안 봐도 되는 것도 보고 생각하지 않는 문제도 생각하죠. <br>&nbsp; 궁상떠는 타입은 아니었어요. 그저 보고 느끼고 생각할 뿐이죠. 문제<br>&nbsp; 에 대해 생각은 하되, 그 문제에 몰입해서 빠지는 타입은 아니니까<br>&nbsp; 요. 그리고 그는 보시다시피 자포자기해서 무너진 건 아닙니다. 한계<br>&nbsp; 에 달한 것뿐이었어요. 나머지는 그의 능력 밖이었지요. 사실 그렇게 <br>&nbsp; 보이던 사람이었기에 그의 종말이 다른 사람들에게 끼친 충격은 꽤 <br>&nbsp; 컸던 거라고 해야지요. 저 사람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거라 믿었던 <br>&nbsp; 사람이 무너지면,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들처럼 충격 <br>&nbsp; 받을 테지요. <br>&nbsp; <br>&nbsp; <br>&nbsp; <br>&nbsp; 일단은 이거 완결되었지요. ^^</p><p>&nbsp;</p><p>&nbsp;</p><p>&nbsp;</p><p>&nbsp;</p><p>&nbsp;</p><p>&nbsp; <br>&nbsp; <br>&nbsp; <br>&nbsp; <br>&nbsp; <br>&nbsp; <br>&nbsp; <br>&nbsp; <br>&nbsp; <br>&nbsp; <br>&nbsp; <br>&nbsp; <br>&nbsp; <br>&nbsp; <br>&nbsp; <br>&nbsp; <br>&nbsp; <br>&nbsp; <br>&nbsp; <br>&nbsp; <br>&nbsp; <br>&nbsp; <br>&nbsp; <br>&nbsp; <br>&nbsp;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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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단편</category>
		<pubDate>Sun, 29 Jun 2008 15:39:11 GMT</pubDate>
		<dc:creator>아울양</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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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열받아서 하고 만 퍼포...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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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br><br>엊그제 출근하는데, 버스 정류장 근처 가판대에 놓인 조선일보 표제가 눈에 뜨였다. <br><br><br><strong>'광화문, 법은 죽었다!'<br></strong><br><br>그리고 발차기 하는 시민 사진. <br><br><br><br>......<br><br><br><br>600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조선일보를 사서...<br>그 자리에서 박박 찢어다가 쓰레기통에 처넣고 왔음. <br><br>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봤...<br>특히 외국인 한분은 0ㅅ0?!! 하고 바라보더이..<br><br><br><br><br><br><br>그리고 토요일, <br>출근해서 아침으로 먹을 우유를 사고 있는데 편의접 가판대의 조선일보가 눈에 뜨였다. <br><br><br><strong>'경찰도 인민재판... 블라블라..'</strong><br><br><br>-_-<br><br><br>600원 주고 샀다. 그냥 이것만 사긴 뭐해서, 한겨레도 사고..<br><br><br>조선일보는 반으로 북 찢은 다음, 편의점 알바생에게 주었다. <br><br><br>"반품할 때 그대로 주세요-_-^"<br><br><br><br>아 닝기리 썅썅바. <br>생각같아선 놓여 있는 거 다 찢어버리고 싶은데, 그렇게 했다간 '판매부수' 올리는 짓만 할 까봐 한부만 사고 있음. <br><br><br><br><br>엿같은 대한민국, 저녁 내내 누워서 골골대는 동안 별 지랄 쌈박자 같은 일이 다 일어나네! <br><br><br><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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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잡데구리</category>
		<pubDate>Sat, 28 Jun 2008 17:28:32 GMT</pubDate>
		<dc:creator>아울양</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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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아악, 제기랄...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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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
			<![C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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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가 작렬의 기관지염으로 발전, 지금 미친듯이 기침하는 중입니다....-A-;;;<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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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쌓인게 있어서 월요일날 닐리리 닝기리 놀았더니, 바로 몸에..... 역시 나이맞춰 놀아야 함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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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escription>
		<category>잡데구리</category>
		<pubDate>Fri, 27 Jun 2008 14:33:58 GMT</pubDate>
		<dc:creator>아울양</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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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이것 저것 주절 주절.....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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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
			<![C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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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6월, 판타스틱 코리아, 어메이징 데이의 연속입니다. -_-;;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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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의 일인데, 거의 한달간 몰아치기 휘모리로 일이 터지더군요. 뭔가 해결되길 바랬는데, 해결되는 일 같은 건 하나도 없더군요. 걍 시간이 지난 것 뿐이었습니다. 신경이 예민하고 약한 것이 문제입니다. 시한폭탄처럼 잠자코 있다가, 사소한 계기에 발작을 합니다. 계속되는 불면,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공허와 허탈감, 무력감, 등등. 영 힘들군요. <br />
<br />
<br />
현재 정말이지 고약한 건 마냥 시간이 흐르길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란 겁니다. 이럴 때가 제일 고통스럽지요......... 몸살이 도져서 촛불들고 나갈 수도 없으니, 온 몸이 ... 겔겔 합니다. <br />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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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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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잡데구리</category>
		<pubDate>Wed, 25 Jun 2008 17:39:50 GMT</pubDate>
		<dc:creator>아울양</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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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 밥상 위의 룐사마....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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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
			<![CDATA[ 
  <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9.egloos.com/pds/200806/25/47/b0007547_48611de58998b.jpg" width="500" height="375.992063492"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9.egloos.com/pds/200806/25/47/b0007547_48611de58998b.jpg');" /></div><br />
밥상이라기 보다는 작업테이블-_-; 이라고 해야 하는데.... 저기가 시원한지 요즘 저렇게 퍼져 계시는 날이 많아요.<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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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저렇게 편하게 퍼져 놀았으면 좋겠어요..<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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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escription>
		<category>룐사마</category>
		<pubDate>Tue, 24 Jun 2008 16:17:36 GMT</pubDate>
		<dc:creator>아울양</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내가 다른 건 몰라도...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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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
			<![CDATA[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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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운 없는 건 확실한 것 같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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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서 굿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구만. 아는 놈 몇놈 되지도 않는데 하나같이 찌질대네. <br />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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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
<br />
			 ]]> 
		</description>
		<category>잡데구리</category>
		<pubDate>Tue, 24 Jun 2008 15:25:20 GMT</pubDate>
		<dc:creator>아울양</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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